속도전을 벌일 태세다. 지난 8월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한․뉴질랜드, 한․중, 한․베트남 FTA 비준동의안이 상정되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FTA는 우리 경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라며 못 박고 비준동의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FTA 보완대책과 정부 당국자의 태도에 있다. 정부는 지난 6.4일 국내보완대책을 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면서, 한․뉴질랜드 FTA 낙농부문 피해액을 향후 10년간 1,642억원으로 축소하고 낙농대책으로 고작 유업체․조합 100억원 융자지원 대책, 기존 가공원료유 지원예산 연 40억 증액을 내놓았다. 덧붙여 정부 당국자는 입말 벌리면 FTA 체결 국가에서 수입되는 유제품간의 대체효과로 사실상 FTA로 인한 낙농피해는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전국 낙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소비한 유제품총소비량은 364만톤이다. 우리 낙농가가 생산한 우유는 약 60% 수준인 220만톤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제품 수입량은 전년대비해서 7.3% 증가한 168만톤으로 국내 원유수급 불균형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주요 유제품의 연평균 수입증가율을 보면, 밀크·크림 294.0%, 커드 64.6%, 발효유 40.5%, 탈지분유 27.9%, 치즈 12.3%, 전지분유 11.1%, 혼합분유 4.8%, 조제버터2.0% 등으로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낙농가에게는 FTA의 슬픈 자화상이다.
FTA로 인한 국내 원유수급불균형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쿼터삭감, 쿼터초과가격 인하 등 감산정책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낙농기반 유지를 위한 대책은 고사하고 오로지 수급불균형의 책임을 농가에게만 돌리는 근시안적 행태를 정부는 보이고 있다. 국내 낙농기반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낙농가가 감축한 물량 이상으로 수입 유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책을 요구하는 낙농가들에게 “FTA 낙농피해 없다”라는 말로 일갈하면서 낙농가 재갈 물리기에 여념이 없다. 만약 여당이 행정부의 실정(失政)을 바로잡지 않고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함몰된다면 큰 오산이다. 최근 지난해 여야정 협의체 합의사항의 산물인 무역이득공유제 도입(홍문표 국회의원 대표발의)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밝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언 이후 여당의 향후 행보에 눈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와 여당은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속도전을 당장 멈추고, 낙농가, 농민들이 요구하는 대책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사회적 약자인 낙농가가 택할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는 생존권 투쟁을 벌일 수밖에 밖에 없다.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