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일본 산지축산 현황과 시사점?
양승학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농업연구사
최근 기후변화와 국가 간 무역협상 등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농가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경영비 중 사료비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이는 사료의 많은 부분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볼 때 쉽게 개선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료자원의 국내생산 활성화를 통해 사료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데, 현재 진행되는 산지축산모델도 이러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산지축산연구와 경영분석은 예전부터 진행되어져 왔으나 여러 규제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농가적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사회인식 변화와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 최근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 역시 낮은 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체계적인 화우 방목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1990년대 초반에 소고기 수입 자유화가 되어 많은 농가들이 축산업을 그만 뒀고 남아 있는 농가마저 생산비 증가에 의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본은 산지가 전 국토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산지비율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우리나라보다 지형이 가파른 산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징 때문에 평야와 산지를 같이 활용한 조사료생산 방법 개발에 집중했다. 조사료의 완전자급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국가, 지역단체, 관계기관 등이 협력하여 사료자급률 향상 전략회의 등을 구성하고 행동계획을 추진하였다. 일본이 제시한 방목의 장점으로는 사료자급율의 향상과 노동력 및 관련비용 절감, 우사 증축 없이 가축두수를 늘릴 수 있는 것,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한 소를 만드는 것, 유휴 농지를 해소하여 풍경보전에 공헌하는 것, 야생동물과 병해충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꼽았다.
번식우 사육 1두(頭)당 우사 및 방목시설의 설비비용을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두당 방목지를 0.33ha로 적정면적으로 하고 전기목책 및 살충제 비용 등을 넣어 계산했을 때 사육개시 설비투자의 금액이 약 40% 저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급여 횟수 등을 고려한 노동시간을 1개월간 비교했을 때 1/3 단축이 가능하며 번식우 1두당 1개월간의 경비를 비교했을 때 1/3로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일본 축산통계에 의하면 1년간 방목한 전국 젖소 사육농가호수는 5,180호인데, 이는 전체 사육농가의 29.8%를 차지한다. 방목 두수는 전국 사육두수 133만 5,000두 중 18%인 23만 9,400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해도의 방목 사육농가호수가 타 지역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방목 사육두수인 23만 9,400두 가운데 93%인 22만 3,300마리가 북해도에서 방목하는 소로 나타났다. 비육우(화우, 육우, 교잡종)도 전체 사육농가의 12%인 6,780호에서 95,100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젖소와 마찬가지로 전체의 44%인 4만 1,500마리가 북해도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방목 현황에서 알 수 있듯 방목은 선호 지역과 축종이 구분되어 있는데, 주로 대지가 넓고 조사료 사정이 좋은 북해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방목 사육농가호수 대비 총 방목 가축두수가 적은 점, 비육우보다는 젖소비율이 높은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 같은 현상에서 볼 때 산지축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방목지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며 방목시기‧축종별 맞춤형 방목 기술을 통해 농가형편에 맞는 기술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적합한 방목지 선정부터 축산물 생산의 마지막 단계까지의 생산관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나남길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