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농촌의 위기가 어제 오늘날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쌀 시장개방과 한중 자유무역협정 등 농산물시장개방이 농업 농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막무가내식 농산물시장개방을 중단하고, 농업농촌문제의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지만, 정부는 농업농촌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경제성장 제일주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권의 잘못을 탓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각오로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합니다. 그 출발은 협동조합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한다면, 농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은 없을 것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순환형 농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민의 소득, 문화, 복지 수준이 향상되어 농촌이 보다 살만한 공간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농민의 이해에 반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함부로 수립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농협은 지금 정체성과 경영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주적 협동조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돈 장사만 한다’, ‘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의 조직이다’, ‘정부의 행정보조기관이다’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농협의 ‘비정상’으로 인해 농민들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농업과 농민은 쇠퇴하는데 농협만 번성한다’는 비난이 있었으나, 이제 많은 농촌지역 농협은 경영상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경제사업의 적자는 말할 나위 없고, 주된 수익원이었던 신용사업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시민을 위한 신용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대도시 농협은 이미 농업협동조합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하였기에 그 진로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농협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의제로 등장하였지만, 아직껏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의 민주적 운영 체제 확 립은 물론 일선 농축협과 연계된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의 농협개혁이 정부와 정치권,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는 3.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농협개혁 대장정의 출밤점으로 삼고자, 오늘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를 출범합니다. 우리는 이 운동을 통해 ‘돈 선거’ 비리 속에서 지탄받아온 농협 선거문화를 정책공명선거로 바꾸려고 합니다.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을 실현하는 데 헌신할 조합장을 선출하여 지역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농민이 주인되는 조합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 이 운동에는 이해당사자인 농민조직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소비자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농협개혁을 통해 농민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고,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며, 식량주권 확립과 지속가능한 도농공생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농민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운동본부는 3.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출발점으로 해서 다음과 같은 좋은농협만들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을 다짐합니다. 기동취재팀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