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중앙청과는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사업소가 지난 11월 27일 개최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이하 시장운영위)’는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충분한 협의·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된 시장운영위 자체도 문제지만 상정된 안건도 관계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초 관리사업소는 지난 11월 16일 대전중앙청과 등에 공영도매시장 중장기 발전계획(안), 농산물온라인 도매시장 등을 심의·의결키 위해 회의를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전중앙청과는 11월 17일 회의 자료가 없는데다 회의 내용을 알 수 없어 정상적인 회의개최가 어려운 만큼 회의 자료를 보내준 후 최소한 5일이 지난 후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관리사업소는 대전중앙청과의 요청을 무시하고 난데없이 11월 21일 공문을 통해 11월 27일 14시에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운영위’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한데 이어 다음날인 11월 22일에는 ‘노은농산물 공영도매시장 중장기 발전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23일까지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공영도매시장의 미래가 담긴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단 하루만에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것은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11월 23일 대전중앙청과는 관리사업소에 중장기 발전계획(안)을 단 하루만에 검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회의 자료부터 보내주고 최소 5일이 지난 후 개최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또 대전중앙청과 과일·채소중도매인조합도 이날 관리사업소에 공문을 통해 회의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의견 제출도, 회의 참석이 어려운 만큼 회의 자료부터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관리사업소는 11월 23일 대전중앙청과 과일조합에 공문을 통해 노은농산물공영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계획(안)에 대해 추가 의견이 있을 경우 11월 29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회신했다는 것이다.
대전중앙청과 과일조합 이진영 조합장은 “관리사업소에서도 하루만에 상정 안건에 대해 의견을 달라는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29일까지 기간을 연장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27일 시장운영위 개최를 강행한 것은 상정된 안건을 급하게 처리해야할 긴박한 사정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촌지도자회, 후계농업경영인회 등 10개 농업인단체들이 지난 13일 대전시청 북문에서 개최한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를 통해 부당하게 징수한 하역비 반납, 시설개선예산 반납한 경제과학국장 사퇴 등 8가지 요구사항이 주목을 받자 부담을 느낀 대전시가 이를 덮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운영위 카드를 빼드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은시장 한 종사자는 “시장운영위 개최에 앞서 상정할 안건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지만 ‘죄송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꼬집었다.
막무가내로 개최되는 시장운영위에 부담을 느낀 관리사업소는 27일 시장운영위에서는 ‘심의’만 하고 ‘의결’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회의가 개최되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신속하게 ‘가’, ‘부’ 의견을 묻는 의결 절차를 밟아 대전중앙청과 등 운영위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시장운영위 구성원들 중 노은시장이나 도매시장과 전혀 관계가 없는 위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은시장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 블라인드 경매 등 상정된 안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운영위원들이 상당해 그저 거수기 노릇만 한 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운영위에 상정된 안건은 ▲노은 공영도매시장 중장기 발전계획 ▲정가수의매매 확대 ▲블라인드 경매 도입 추진 ▲노은시장 청과물동 시설 개선사업 ▲도매시장 내 주차장 정비 및 유료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 관련 등이다.
특히 중장기발전계획에서는 시설개선사업을 2024년~2028년까지 재추진하고, 오는 2031년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견 등 노은시장의 고질적인 현안을 담고 있다.
노은시장 종사자들은 시장운영위에서 관리사업소 의지가 관철될 경우 무려 다섯 차례 연구용역비만 낭비했던 시설개선사업 책임자의 과오가 사라진데다 궐기대회에서 요구했던 경제과학국장 사퇴가 무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은시장 종사자들은 관리사업소의 행태를 두고 지난해 급작스럽게 인상한 하역비 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7월 28일 관리사업소는 난데없이 시장운영위를 개최하고 하역비 인상안을 상정해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단 3일만에 하역비 인상을 강행해 논란이 거셌지만 이를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노만호 부회장은 “10개 농업인단체가 지난 13일 집회를 개최한 것은 노은시장이 정상화의 길을 걸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인데 대전시가 이를 짓밟는 시장운영위 꼼수를 부린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면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빌고 노은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도 시원찮을 상황에 어떻게든 책임만 회피하고 보겠다는 자세는 거센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이광형 사무총장은 “노은시장 종사자들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발전방향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갖는 것이 당연한데 ‘아무 잘못이 없다’는 대전시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농업인단체와 연대해 대전시의 안하무인 행정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남길 k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