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농‧축산인들이 아스팔트농사를 짓기 위해 뙤약볕 아래 집결한다. 한국농축산연합회·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농민의길 소속 단체장들은 7월 28일(월) 14시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파출소 앞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농축산인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대회에서 대표 농민단체장들은 한‧미 관세협상 농‧축산물 개방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전달한다.
전국 농‧축산인들이 앞서 7월 18일 우천 기자회견에 이어 대정부 투쟁에 나선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미국과 협상과정에서 농‧축산물 양보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 상호관세부과 유예시한(8월 1일)을 목전에 두고 실제 그런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가 수차례 통상협상에서 농‧축산업을 양보해왔음에도 이번 협상마저 농업패싱 밀실협상‧요식행위 의견수렴 방식을 답습하며, 농업희생을 지렛대 삼는 협상전략에 대해 현장농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결의대회 개최와 관련하여 농민단체장들은 “지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농심(農心)을 할퀴고 간 수마(水魔)로 인해 생업터전 복구가 시급한 엄중한 상황에, 아스팔트로 내몰린 농가들의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한미 FTA로 전면개방을 한 마당에 관세 추가인하 및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된다면 농민 생존권 말살과 함께 국내 농업생산기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또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쌀‧대두 등 주요 식량작물의 추가개방 우려와 관련해서도 농민단체장들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시장논리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안 맞으며, 쌀·대두 등 주요 식량작물의 관세인하‧저율관세할당 물량확대 시 우리국민의 식량주권은 상실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베트남‧영국‧일본 등의 국가들은 모두 미국에 농축산물 개방을 약속했는데, 우리 역시 같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하여,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결의대회 이후 대응과 관련해서 “최근 2+2 재무‧통상장관급 회담이 불발되는 등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공전하는 가운데, 협상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요구가 묵살될 경우 대대적인 추가 농민항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주최측 관계자는 밝혔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 농축산물 개방 반대 전국 농축산인 결의대회 결의문]
오늘 우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위협에 맞서 220만 농축산인의 생존권 보장과 5천만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사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현재 미국 측은 8월 1일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대미 수출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며, 농축산물 추가개방을 강요 중이다.
이처럼 부당한 요구에 맞서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통상 당국은 협상 전부터 국익을 운운하며, 쌀·쇠고기·사과 등 국내 대표 농축산물의 무역장벽 철폐를 시사해 우리 농축산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일부 유력 언론에서도 농축산물의 추가개방을 기정사실처럼 언급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통상협상의 주축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출국 전까지 농축산업계와 단 한 번도 소통하지 않았다.
이는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관세 인하를 위해 농축산업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행보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단순 시장 논리에 입각해 또다시 농축산물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정부가 5천만 국민의 생명 산업인 농축산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그 책임은 실로 무거울 것이다.
특히 쌀·대두 등 주요 식량 작물의 관세 인하 또는 저율관세할당 물량 증량은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식량 주권의 포기라 봐도 무방하다.
또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을 비롯해 동식물 위생·검역 절차 및 유전자변형생물체 수입규제 완화는 국민 먹거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우리 농축산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통상 당국은 협상 과정을 철저히 숨기며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고 있어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졌던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며 범국민적 행동으로 번졌던 과거 사례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정관 장관은 지난 17일 인사청문회 당시 농축산물 시장 개방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의 통상협상에서 우리 농축산인의 눈물과 희생을 모르지 않는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에 대표로 나서는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 농축산인의 눈물이 대한민국 전체를 적실 수도 있음을 분명히 인지하고 협상에 임하길 바란다.
이 같은 농심(農心)을 외면하고 농축산물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문다면 220만 농축산인은 오는 8월 1일을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기일(忌日)로 정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투쟁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한국농축산연합회·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농민의길 kenews.co.kr>